평범에 대한 갈망

우리는 상대적 가치가 절대적 가치보다 중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까마득한 보릿고개 시절만 해도 배를 채우는 것 자체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무엇으로 배를 채우는지가 더 중요하다.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입는 것, 자는 것 등 생활전반에서 좋은 것의 기준은 ‘타인과의 비교 우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세대적 흐름 속에서 평범한 것은 긍정적이지 못한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개성이 강조되는 현 세대에서도 그 누구보다 평범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년소녀가장만큼 평범함에 대한 갈망이 간절한 집단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단지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엄마, 아빠의 존재를 원하고 있다. 이들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친구들 사이에서 오할을 차지하는 엄마 이야기가 나올 때 벙어리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사진: MBC 하이킥 방송 장면 中>


문제의 근원

2012년 소년소녀가정 주거지원 사업의 결과보고서에는 ‘출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도소에 다시 입소한 아빠’,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를 버려두고 도망간 엄마’ 등 차마 믿기 힘든 여러 가지 사례들이 적혀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울증이 발병했다는 어린 아이들에 대한 사례는 나의 분노를 자극하기도 한다. 부모의 보호 그늘에서 벗어난 아이들에게는 곧 생계의 문제가 엄습해오기 시작한다. 평범한 가정의 자녀들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생계의 고민이 유예되어 있지만, 소년소녀가장에게는 '지금 당장의 문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거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허름한 단칸방조차 보증금 500만원-월세 30만원 정도의 시세가 형성되어 있기에 이를 부담하기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너무나 운이 좋게 임대주택에 들어가게 되어도 임대료와 관리비의 부담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기는 어렵다.


의미 있는 한 걸음

아름다운재단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소년소녀가장의 주거비를 지원해 왔다. 마슬로우의 욕구위계론만 보더라도 주거권 등 기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서적 안정감이 떨어져 자아실현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보고서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주거비를 지원함으로 인해 생계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주거비의 교육비 전환이 이뤄지기도 했다. 큰 지출이 아니더라도 교육을 위한 투자는 아이들의 미래에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이 점은 이번 지원사업에서 파생된 긍정적인 나비효과라 칭할 만하다.



Beyond

개인적으로 나는 이 사회가 점점 계급사회화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세대의 부의 수준이 자녀의 교육수준을 결정하고, 이 교육수준이 다시 자녀세대의 부로 이어지는 삶의 대물림 속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점점 희귀해져만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모가 잘 나면 자식도 잘 나고, 부모가 못 나면 자식도 못 나게 되는 사회계층의 경직화는 여러 연구조사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나는 이 지점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부모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본인이 노력만 하면 소년소녀가장도 성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서 주거의 문제부터 해결해야만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나도 어릴 때 보증금 200만원-월세 10만원의 겉 부엌에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단칸방에서 살아봤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는 공부를 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시험기간에 보통 새벽에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바로 옆에서 할머니가 주무셨기에 항상 불편한 마음으로 스탠드를 켜놓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엔 어떻게 하다보니 운 좋게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은 게 지금의 심정이다. 그 시절의 입장에서 이번 결과보고서를 바라보니 주거의 문제가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교육의 양극화를 방지하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년소녀가장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아름다운재단의 '사회적 약자' 영역이 지향하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입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서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갖는 권리인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고자 합니다. 소년소녀가장의 주거를 돕는 지원사업은 <솔기금>과 가수 이적 님께서 출연한 <달팽이기금>을 기반으로 합니다.
 

 

젊은느낌 사업국함영필
새로운 시대를 함께 만드는 '발칙한 상상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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