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이런 고민은 대학교를 졸업하면 끝날거라고 생각했었다. 

대학교를 가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내가 뭘 하면서 살고 싶은지 명확해져서 

고민이나 방황(?)은 끝나는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어린놈이 헛된 꿈을 꾸었구나' 


지난번 '청소년진로탐색지원사업'과 관련한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었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광고중! 청소년들이 스스로 말하는 진로교육이란?

이 프로젝트는 진로탐색=직업교육 이라는 현재의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자신에 맞는 길 찾기 경험을 통해 진로탐색의 방법을 배우는 프로젝트이다. 


2012년 '청소년진로탐색지원업'은 잘 마무리가 되었다. 92명의 청소년이 함께했고, 

6개의 공교육 현장인 인문계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31명의 청소년

3개의 비인가 대안교육현장에서 37명의 청소년

1개의 위탁형 대안학교에서 21명의 청소년

그리고 홈스쿨링을 하는 3명의 청소년이 함께하면서 다양한 환경 속에 있는 청소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작년 사업을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어떻게 느꼈는지 한번 살짝 엿보도록 해보자!

(살짝만 들여다봤는데도 양이 많으니 다 같이 각오하고 출발~)


STEP 1. 참가자 오리엔테이션 

목적 : 진로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그래의 과정을 알아가고, 프로그램의 시작 전 나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청소년 후기 

▶ 딕싯(Dix it!)이라는 게임으로 시작한 게 아주 좋았다. 카드로 자기 이야기를 해야하니, 아직 서먹한 친구들 앞에서 사적이라 할 수 있는 '첫사랑' 이야기도 막 나왔다. 너무 이야기를 서슴없이 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게임이라는 형식이, 벽을 얇게 해준 느낌이었다

게임도 좋았지만, 나의 현재 모습이나 미래 모습을 쓸 때도 진심으로 열심히 썼다. 진짜 중요한건데 이런 질문을 하거나 생각해보거나 하는 일이 드물었다.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STEP 2. 멤버십 트레이닝  

목적 : 각 커뮤니티별 멤버십을 위한 활동, 자기 돌아보기 과정을 함께 할 멤버 간의 친밀감 및 신뢰를 쌓기 위한 작업 

청소년 후기 

▶ 친구들과 내 이야기를 길게 솔직하게 한건 처음이다. 처음엔 기분이 별로였다. 내가 좀 한심한거 같아서. 근데 얘기하다보니 다른 친구들도 나랑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위안이 됐다. 

▶ 진로 문제 고민하는 친구가 이렇게 많다는 거에 좀 놀랐다


STEP 3. 명사 초청강연_피아니스트 임동창 선생님 

목적 : 개인의 꿈과 목표가 조금 더 가치 지향적으로 설정될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명사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봄 

청소년 후기 

▶ 대단한 선생님이다. 하루에 피아노를 16시간 연습했다는 얘기는 너무 놀랍다. 나도 무언가 좋아하는게 생기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STEP 4. 자기 돌아보기 커뮤니티 활동 

목적 :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삶의 요소들과 마주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 왔는가' 부모의 삶, 가족이야기, 나의 관심과 흥미,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내가 살아 온 시대는? 등을 통해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진행 프로그램

- 마음열기 연글놀이                                                                       - 'Where I'm from~' 자작시 쓰기

- 내 인생의 타임라인 만들기                                                            - 자서전 목차 만들기

- 내 인생의 의미있던 순간 '키워드' 뽑기 

 

청소년 후기 

▶ 언제 이렇게 나에 대해 생각해보겠나. 좋았다. 

▶ 왜 할까 생각했었다. 해보니까 좀 알겠다. 나를 돌아보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알겠다.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 보니까 진로문제도 좀 풀리는 것 같다. 

▶ 처음엔 내 얘기를 여러 사람 앞에서 꺼내는 것이 너무 힘들고 이상했다. 하지만 나중엔 괜찮았고 고민을 얘기하고 의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게 뭔지 생각해 본 것은 도움이 되었다.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많이 불안하고 막막한 느낌이었다. 근데 내가 다른 사람 얘기 듣는 것을 좋아하고 돕는 것을 좋아하는것도 직업이나 진로와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좀 덜 불안해졌다. 


STEP 5. 사람책 도서관

목적 : 사람책들을 만나 책에서는 읽을 수 없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살아갈 세상을 그려보는 과정 

청소년 후기 

▶ 사람책을 고를 땐 몰랐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다양한 생각과 방법으로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잘 살고 있는 어른들의 얘기를 들으니 생각이 혼란스럽다.


STEP 6. 인턴십 관련 커뮤니티 

목적 : 세상 속에서 일과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인턴십 프로그램. 인턴십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과정 

청소년 후기 

▶ 자기 돌아보기 할 때는 힘이 많이 들었는데, 인턴십은 정말 기대되고 그렇다. 정말 원하던 기회다

▶ 번역가 선생님이 맨 처음 원하던 분이 아니어서 많이 실망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대단한 분이다. 막상 질문할게 많지 않았는데 얘기를 친절히 해주셔서 어렵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현장 찾을 때 굉장히 막막했는데 자료 찾고 전화 걸고 그러면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내가 진짜로 이 일을 원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 준비하는 동안 하고 싶은 것과 그것을 위한 준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인턴십이 아닌 공부를 택했다.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싶은게 아니라 직접 활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 


STEP 7. 홀랜드진로탐색검사 워크샵 

목적 : 홀랜드진로탐색검사를 활용하여 나의 성향을 확인하고, 그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인턴십 현장을 탐색할 수 있음 

청소년 후기 

▶ 내 특성에 맞는 직업이 이렇게 많은지 첨 알았다. 그리고 홀랜드검사 그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 따지기 좋아하는게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게 탐구형의 특성일 수 있다고 한다. 교사나 학자를 직업으로 생각했는데 내 적성과는 잘 맞는 직업이다. 근데 직업명을 살펴보니 다른 직업도 엄청나게 많다. 그것도 도움이 되는 정보인 것 같다. 


STEP 8. 걷기여행 

목적 :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길찾기 과정을 돌아보면 진로라는 삶의 길을 걸어가기 위한 자기확인과 자리정리의 과정을 담는 걷기여행 

청소년 후기 

▶ 걷는게 너무 힘이 들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냥 여기까지 걸은 내가 좀 짱인 듯. 인턴십도 그냥 이렇게 하면 되는게 아닐까

▶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그러다 그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들에게 많은 걸 바라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저녁에 마을회관에서 동네 아저씨들과 얘기할 때, 진로문제가 불안하고 답답한 것도 내가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TEP 9. 세상 배우기 강좌 및 탐방 

목적 : 좁게는 마을, 주변의 사람부터 넓게는 세계와 세상의 흐름까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사회와 타인의 삶에 대해 정보와 지식을 얻는 기회. 강좌와 탐방 형식의 프로그램 

청소년 후기 

▶ 희망제작소의 강의가 좋았다.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 청년들이 재밌게 도전할 만한 일들이 많고 먹고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개인의 생애주기를 수입가 지출을 가지고 알아본 게 도움이 되었다. 조금 암울한 느낌. 생각보다 돈걱정 안하고 살기가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STEP 10. 인턴십 & 인터뷰 활동 

목적 : 단순한 직업체험의 의미를 넘어 '일'이라는 과정 안에 녹여져 있는 노동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립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

청소년 후기 

▶ 인턴십 전에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고 인턴십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아 시작할 때는 혼란스러웠다. 사전 준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인턴십 이전까지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보는 눈이 없었는데 이번에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까지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미숙한 부분을 무시했다. 모자란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인턴십을 통해 그런 점도 나의 한부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 확신이 있어서 시작한 활동은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활동들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배운 것들과 성취감, 자신감은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 기본적인 현실 직업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STEP 11. 마무리 발표회 

목적 : 길찾기 활동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성취감을 북돋운다. 한 해 길찾기 사업에 대한 의미를 정리하고, 우리 사회와 의미를 공유하는 작업을 해낸다. 

청소년 후기 

▶ 발표회가 부담스러웠지만 발표회를 계기로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발표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또 하나의 공부가 되고 경험이 되었다. 특히 큰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한 경험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앞으로 내가 공부하고 뭔가 진로를 찾아가는데 큰 전화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걸까? 어떻게 살고 싶은걸까?' 라는 고민이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저절로 이런 고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단순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이나 전공을 선택하면, 대학을 졸업하면, 자격증을 따거나 혹은 첫직장을 다니게 되면

저절로 얻어지는게 아니라는걸 알았더라면 '진로'에 대한 고민을 좀 더 빨리, 진지하게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꼭 이 안에서 '정답과 해답'을 찾아 모든게 명확해지지 않더라도 

그래서 이렇게 청소년 친구들이 자기를 돌아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가며

그 안에서 '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도 진행되는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이 더 기대가 된다. 


덧. 솔직히 나를 돌아보는건 어려운 일이었을텐데 잘 해낸 친구들이 기특하고 너무 예뻐서

마무리 발표회를 보는 내내 엄청 가슴이 뭉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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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애킴 모금국 중개사업 담당김지애 간사
그렇게 안보이지만 사실은 낯가림, 오덕기질, 소심함 보유자. 그리고 몽상가적 기질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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