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청소년 자발적 여행활동 지원사업 '길 위의 희망찾기' 멘토 4인

 

길 위의 희망찾기 멘토 왼쪽부터 루피, 맥심, 메아리, 신지


 

결계를 경계로 다시 세계로 바꾸다

여행은 한 가지 방법에 익숙해져서 자신을 옭아맨 편견, 그 결계(結界)를 거둬내는 방법이다. 그래서 길 위의 움직이는 삶은 합리에 초점을 둔 제도 교육과 다른 공부다. 매순간 불확실한 사건과 맞닥뜨리며 거울 보듯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의 연속이랄까. 흰 공간에 박힌 한 개의 까만 점처럼 도드라진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며, 제도에 눌려있던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결계가 경계로 그리고 세계로 뒤바뀌는 경험. 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여행활동 지원사업 ‘길 위의 희망찾기’ 비기획부문 멘토 4인방이 생각하는 여행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비기획부문은 여행의 주체인 청소년이 기관이나 단체 선생님의 일정에 이끌려 다니기보다 그들 스스로 여행을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됐죠. 멘토들은 그 청소년들의 여행 기획을 돕고요. 저는 3년 전부터 이 지원사업에 참여했는데 올해는 창원여성의집 일곱 명의 친구들과 만나 4박 5일 동안 필리핀에 다녀왔습니다.”

 

창원여성의집 멘토 '루피'

 


대학졸업 후 공정여행을 지향하는 트래블러스맵에 입사해 수년간 쌓은 노하우를 창원여성의집 청소년들과 나눈 루피(이광재). 사실 아이들과 만나기 전엔 가정폭력의 그늘이 걱정됐다. 이전에 지역공부방 아이들을 만났을 때와 마음가짐이 달랐다. 어쩌면 어둡고 소극적일지 모르겠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만난 아이들은 밝고 건강했다. 무엇보다 적극적이었고 공동생활 덕분에 팀워크도 좋았다.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 여행하며 매번 깨닫는 진실 하나가 떠올랐다. 부딪치고 경험하지 않은 모든 것은 허상일 뿐이다. 여행 준비 단계에서 아이들이 계획한 일정이 동선과 맞지 않아도 굳이 고치려 들지 않은 것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다.


“진짜 이상해서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거나 불가능한 게 아니라면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뒀어요. 동선이 안 맞거나 별로 재미없을 게 분명한 것도요. 스스로 기획한 것에 대한 책임도 있고 현장에서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부딪쳐 경험하는 걸 보려고요. 3년 동안 비기획부문 멘토로 참여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길을 잃은 그 자리에 모험이 자란다


또 다른 멘토이자 트래블러스맵에서 국내여행 팀장을 맡고 있는 맥심(오택진)이 주로 만나는 여행자는 청소년이다. 그래서인지 ‘길 위의 희망찾기’ 지원사업이 낯설지 않다. 오랫동안 청소년과 국내 구석구석을 살펴봤기에 좀 더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여행을 기획했다. 루피처럼 아이들의 자발성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방과후 교육공동체 ‘하늘지기꿈터 멘토 '맥심'



“충북 괴산에 사는 열여섯 명의 하늘지기꿈터&바오로공부방(솔맹이골 엔터테인먼트 유랑단) 청소년과 세 차례 만났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내가 왜 여행을 가야 하는가’였어요. 분명한 동기를 부여잡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무엇을 먹고, 뭘 하면 신날까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도왔죠. 그렇게 도출된 게 여수와 담양이었어요. 내륙에 사는 친구들이라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동기부여는 자연스레 자발성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밴드공연과 옥수수 따기, 개구리 잡기로 4박 5일 동안 필요한 개인비용 120만 원을 모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좋아서 계획하고 행동하는 아이들은 아름다웠다.

특히나 좋았던 건 이물 없는 관계였다. 괴산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귀농하거나 1~2년 전에 이사 온 친구도 있었지만 저마다의 다른 배경은 차별과 소외를 낳지 않았다. 공부방 내 작은 갈등으로 하나였던 공부방이 둘로 분리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연합 동아리 활동, 밴드활동 등으로 통합하려 노력했던 결과였다. 그들에게 다름은 어쩌면 풍요로움을 만들 동력처럼 여겨졌다. 그 뒷심 때문이었을까. 아이들은 웬만해선 지치지 않았다.

 

길 위의 희망찾기 멘토 4인



“이 친구들은 오로지 대중교통만 이용했거든요. 여수에서도 담양에서도. 가만 보니 이동시간 소모가 너무 크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움직이던 선생님께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자고 살짝 말씀드렸는데 아이들에겐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지켜봤는데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어요. 버스를 40분씩 기다리기면서도, 숙소에서 시내까지가 40분을 버스 타고 움직이면서도 그걸 매일 묵묵히 수행하는데 그때 아, 내 욕심이었구나 생각했어요.”


길을 걷다 넘어지면 그 김에 쉬어가는 아이들. 그들에게서 맥심은 여행의 백미인 의외성의 즐거움을 선물 받았다.

 

 

우물 밖을 여행하는 능동적인 청개구리

 


어쩌면 여행은 ‘있는 그대로의 수용’을 거머쥐려는 모험이다. 이 길 끝 모퉁이를 돌면 펼쳐지는 다른 세계를 그저 경험하며 지나가는 일의 반복이다. 잃어버린 길에 움튼 재미난 순간을 받아치지 않는 것이다. 신지(이시자와 신지) 멘토가 인천 해와달지역아동센터의 여덟 청소년과 조국인 일본의 도쿄와 교토를 다녀오며 느낀 게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익숙한 공간이어도 누구와 함께 여행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경험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해와달지역아동센터 멘토 '신지'

 


“여행 중에 리더인 친구가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저와 함께 오갔던 길을 되짚었는데 없더라고요. 결국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고 돌아왔죠. 들어보니 적지 않은 돈이 들어있었는데 그 친구 담담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였어요. 나라면 당황스럽고 눈물이 났을 텐데 대견하기도 하고 요즘 청소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우물밖청개구리 멘토 '메아리'

학교 밖 청소년이 주축인 춘천의 우물밖청개구리 청소년 아홉 명과 내일로(Rail 路)를 기획한 마지막 멘토 메아리(배은태) 역시 청소년의 살아있는 주도성을 확인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학교를 나왔지만 새로운 게 없는 춘천에 지쳐버린 그들이 주저앉는 대신 뭔가 시작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자신의 문제조차 소극적으로 생각했던 청소년을 벗고 능동적인 주체가 되겠다는 청개구리가 마음에 들었다.

  


“관광이 아닌 모두가 행복한 ‘공정여행’을 하고 싶다니 흐뭇했어요. 트래블러스맵의 ‘세계를 변화시키는 여행’이 가슴에 와 닿았다니 반가웠고요.

 

그래서 내일로를 선택했던 거예요. 여행을 함께하진 못했는데 기획하느라 4번 만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기차만 타면 된다, 였어요. 기차는 계속 오니까요. 오래 기다릴 뿐. 호기심 어린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말이었습니다.”

 

 


 

 

자율과 방임 그리고 책임


루피, 맥심, 신지, 메아리 이 4인의 멘토가 마흔 명의 청소년과 국내외를 여행한 건 지난 여름이었다. 지난 봄 여행나선 아이들이 돌아오지 못한 서걱한 여름이었다. 우려하는 부모들과 주저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웠을 리만은 없다. 어느 때보다 촉수를 세워 그들의 파수꾼이 되려고 노력했을 테다. 숱한 시뮬레이션이 무시로 머릿속을 채웠을 것이다.

 

그리 돌아온 멘토들에게 후일담을 조르니 아이들은 제가 무엇을 하고픈지, 하려는지,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더라고, 자유로운 기회를 쥐어주면 그네들의 행동이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위험한 순간 스스로 생각하고 반응할 수 있고 결국 벗어나게 된다고 강조한다. 걱정으로 옭아매지 말고 믿음으로 경험을 쥐어주라는 당부다. 가장 안전한 여행은 그래서 위험이 없는 게 아니라 돌발적인 상황을 잘 넘길 수 있는 여행이라고 덧붙인다.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을 선택하는 ‘자율’, 그러한 서로를 조바심 없이 내버려두는 ‘방임’, 자율과 방임으로 발생하는 결과를 기꺼이 수용하는 ‘책임’. 이 세 단어가 삼발이처럼 받들고 있는 여행 길 위에선 적어도 자기 자신의 욕구를 타인에게 내맡기지 않는다. 스트레스에 절어서 자신을 비관하지도 않는다. 다만 지금 이 순간을 살 뿐이다. 그래서 여행이 부려 놓은 세상에선 오롯이 자기 자신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소년에게 여행이라는 경험을 지원해야하는 이유다. 

 

 

길 위의 희망찾기 멘토 4인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길 위의 희망찾기란?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청소년 자발적 여행활동지원사업 ' 길위의 희망찾기' 는 2001년 부터 현재까지  아동청소년들에게 국내외 여행프로그램 지원함으로서' 청소년 스스로 만들어가는 여행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여행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트래블러스맵( http://www.travelersmap.co.kr/ )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기획부문이란? 여행기획력이 부족한 단체의 경우 여행의 과정을 트래블러스맵 멘토와 함께 기획함으로써 공정여행의 기획과정을 경험케하고 자발적 활동을 통해 스스로 여행을 만들고 진행할 수 있도록 진행되는 부문입니다. 
2014년에는 총 국내 2단체, 해외 2개단체로 총 4개의 단체가 선발되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꿈꾸는다음세대' 지원영역은 청소년이 더불어 사는 세대, 꿈꾸는 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자아 존중감, 만남과 소통, 모험과 도전, 상상력 그리고 나눔을 키워드로 청소년과 세상를 이어 갑니다. 이 사업에 공감하시니요? 그렇다면 '꿈꾸는다음세대'와 함께해 주세요!  길위의희망찾기기금 [더보기]

 


 홍홍미 사업국 배분팀 꿈꾸는다음세대 담당정홍미 간사
 재미있는 일,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살고싶은 작지만 큰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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