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만난 자유

대구 청구고등학교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동아리 '꼬로꼬로팀'


꼬로꼬로팀 최전선에서 활동한 손형길(좌), 김성진(우)




그린에코 로드투어 프로젝트


꼬로꼬로. 이탈리어로 ‘나는 달린다’는 뜻이다. 또한 이는 지난 해 ‘그린에코 로드투어’ 프로젝트로 ‘청소년자발적사회문화활동(이하 청자발)’ 지원사업에 선정된, 청구고등학교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동아리의 프로젝트 팀명이기도 하다. 스무 명 남짓한 동아리 회원 모두가 참여한 꼬로꼬로 활동의 중심축은 ‘자전거’와 ‘대구’. 청소년들은 자전거를 타고 대구 곳곳을 누비며 역사, 문화의 발자취를 좇고,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 생태 환경을 탐사했다. 아울러 자전거 투어의 기록물은 블로그와 개인관계망서비스(SNS)에 업데이트함으로써 대구 관광 홍보를 겸했다.


꼬로꼬로팀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손형길 회장과 김성진 부회장은 지난 1년여의 활동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라이딩’ 자체를 손꼽았다. 자전거를 처음 타본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그렇게 긴 시간, 장거리를 달려본 건 처음이었다.



꼬로꼬로팀의 손형길




“처음엔 5km로 시작해서, 나중엔 50~60km는 기본으로 달렸어요. 보통 잠으로 보내기 일쑤인 일요일 아침, 친구들과 강정고령보, 서재억새공원, 팔현생태습지, 안심습지 등을 향해 달리다보면, ‘대구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은 풍경도 숱하게 만났어요. 연꽃이 만발한 습지라든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변 등 한 여름에도 아침 일찍 달리면 참 시원했죠. 열댓 명이 쭉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 멋지다!”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자전거를 매개 삼은 길 위의 인연도 흥미로운 기억 중 하나. 오르락 내리락 산길에서 마주친 생면부지의 등산객들이 환한 얼굴로 인사 하듯, 자전거를 달리며 길 위에서 만난 라이더들끼리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함께 달리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셔서 강정고령보를 간다 했더니, 같이 부산까지 갈 생각은 없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차차 장거리에 적합한 기종을 갖춰 도전하겠다고 말씀드렸죠. 쉴 때도 같이 쉬며 저희들 단체사진도 찍어주셨어요. 길 위에서 만나면 금세 친구가 되더라고요. 수능이 끝나면 꼬로꼬로 활동을 함께 한 친구들과 자전거로 부산까지 달려볼 생각입니다.”


 


대구의 역사와 자연의 속결을 만나다


자전거 투어의 축은 크게 두 가지, 생태와 역사에 초점을 맞췄다. 생태환경 투어는 신천, 안심습지, 하중도, 달성습지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해당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동식물들을 기록하는 한편, 그 일대에 버려진 쓰레기도 주웠다. 기실, 학생들에게 자연보호 봉사활동은 낯설지 않다. 초․중․고 과정을 거치며 어느 때고 흔히 해봤을 봉사활동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신나게 자전거를 달리고 나서 그 풍경 이면에 숨어있는 쓰레기들을 주울 땐, 보다 진심이 녹아들었다. 새삼, 대구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는 소감도 숱하다.



그린에코 로드투어 프로젝트를 통한 대구지역 역사, 문화 코스에 대한 활동자료




역사 탐방은 ‘일제 잔재와의 불편한 동거’를 주제 삼아, 대구 지역에 현존하는 일제 잔재를 조사했다. 달성공원도 그 중 하나. 대구의 모태인 달성토성은 2천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의 랜드마크지만, 1894년부터 광복이 될 때까지 약 50년 간 일본에 의해 무참히 훼손된 아픈 역사를 지닌 곳이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과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자국의 군대를 달성토성 북편 자락에 주둔시키는가 하면, 1906년엔 일왕에게 절을 하는 요배전을 건립하고 8년 뒤에는 대구신사를 조성했다고 한다. 그 흔적으로 남아있는 것이 달성공원 테니스장의 롤러로 사용되고 있는 신사 도리의 기둥과 도리받침대, 동학교주 수운 최제우의 동상을 빽빽하게 둘러싼 가이즈카향나무다.


이렇듯 알고 찾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일제의 잔재를 확인하며, 역사적 관광지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대구의 근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대구근대역사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1932년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으로 건립되어 경제 수탈의 본거지로 쓰인 건물이죠. 척결해야 할 일제 잔재를 교육의 장으로 재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교과서로 배운 이상화 시인의 고택을 방문한 것도 기억에 남고요.”


 


두 바퀴가 열어줄 세상의 모든 길로


황금 같은 일요일 아침을 라이딩에 바쳐야 한다는 게 하나도 아쉽지 않을 만큼 꼬로꼬로 활동을 즐겼지만, 이들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학업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던 까닭. 프로젝트 일정과 시험기간이 겹칠 땐 자연스레 라이딩 일정이 밀렸고, 공부할 시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한 부모님들의 우려도 넘어서야 할 벽이었다. 하지만 많은 고민 속에 꼬로꼬로팀은 그들의 팀명처럼 달리는 쪽을 선택했다.



꼬로꼬로팀의 김성진



“진행해온 게 너무 아깝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중 될수록, 우리들에게도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건강한 취미생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투어 일정으로 월 2회를 계획했지만, 시험기간이 겹칠 땐 일정을 잡지 않고 그 전 달과 다음 달에 3회를 가는 등 탄력적으로 조절했죠.”


지난 1월, 꼬로꼬로팀은 그간의 활동내역을 모아 대봉갤러리에서 이틀 동안 전시회를 가졌다. 자전거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프린트하고 역사탐방과 생태탐사 자료를 만들어 팀원들이 직접 전시장을 꾸몄다. 게시물을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벽면에 부착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는 남학생들은 전시장을 찾은 부모님 앞에서 뿌듯했던 기억도 수줍게 털어놨다.


“휴일에 자전거를 끌고 나갈 때마다 공부는 언제 할 거냐며 걱정하셨거든요. 우리에겐 의미있는 프로젝트인데, 놀러 나가는 취급을 받으니 조금 속상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전시를 관람하시곤 우리가 한 일들을 인정해주시더라고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고등학교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으니까요. 항상 교실에만 있다가 밖으로 나와, 우리가 기획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고등학생인 저희들이 우리 지역 사회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손형길, 김성진 군을 비롯해 2014년 한 해 동안 ‘그린에코 로드투어’ 프로젝트를 진행한 꼬로꼬로 친구들은 올해 모두 고3 수험생이 되었다. 아마도 수능이 끝날 때까지, 그린에코 로드투어는 당분간 불가능할 터. 하지만 이미 달리는 맛을 알아버린 이들은 가슴 한켠에 다음 라이딩 계획을 새겼다. 일단 수능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산악용 자전거를 뽑을 예정. 먼 길도, 험로도 끄떡없는 튼튼한 두 바퀴를 마련한 이후엔 주저 없이 달릴 것이다. 두 바퀴가 열어줄 세상의 모든 길로.



글. 고우정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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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선정단체 오리엔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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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청소년자발적사회문화활동지원사업  [신청안내] [선정발표]





별나래 변화사업국 사업배분팀전서영

따뜻한 돌봄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꿈꾸는 다음세대'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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