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의 지원 VS 최적의 지원  


시작은 40여 년 전,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70년대 청송야학과 80년대 한겨례 야학이 95년도에 통합되면서 지금의 새날지역아동센터(이하 ‘새날’)가 생겨났다. 1995년 7월의 일이니 18년이 흘렀다.


“7~80년대에는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학교를 못 다니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었고, 의무교육이 실시된 90년대에는 경제 위기로 부모가 돌보지 못하는 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어요. 낮에는 40여 명의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저녁엔 20여 명의 학교 밖 친구들과 성인 대상의 검정고시 준비반을 운영합니다.”


지역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촘촘한 망들이 생겨나면 좋겠다, 이리저리 얽힌 미로 곳곳에 서서 아이들을 돌본다면 길 위에서 쓰러지는 아이들을 부축할 수 있지 않을까. 김금자 대표는 그렇게 시작된 아이들을 향한 지지와 응원이 현재 새날의 모든 프로그램, 숙제 지도는 물론 기본 교과 학습, 예술 교육, 공동체 활동, 현장 학습의 초심이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조금 더 일찍 문을 열고 되도록 늦게 닫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 센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열려 있어요. 방학 때는 말할 것도 없고요. 외려 쉬는 날, 토요일에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서는 더군다나요. 어느 날 출근해 보면 센터 문이 언제 열리나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죠. 야간 돌봄도 하는데 9~10시까지 있다가 부모님이 퇴근하는 시간에 데려다 주기도 해요.”


 

아이들이 배우는 우쿨렐레 악보



상황이 이러하니 법정 실무자 3명 외에도 야간보호전담 활동가, 대학생 자원 활동가, 조리사, 공익근무요원까지 대여섯 명의 ‘보호자’가 새날에 상주한다. 아이들부터 주민까지 모두에게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2003년 12월 아동복지법이 재개정되면서 운영비의 60%는 국가보조금으로 해결한다지만 사실 만만치 않은 규모다. 필요한 나머지를 후원금과 기금으로 충당하면서 가장 아쉬운 건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양질의 서비스다. 한정된 자원에서는 여전히 ‘최소의 지원’만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줘도 쓰다 남은 컴퓨터를 주고 공연 하나를 보여주더라도 이 정도면 됐다 싶은 것을 내놓는 게 문제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딱 그만큼의 지원! 물론 그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최적의 지원’이다. 이 아이들에겐 ‘바로 그 지원’이 ‘바로 그 시절’의 전무후무한 경험이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을 주었을 때 아이들은 변화한다. ‘신나는 우쿨렐레 음악교실’은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지지임에 틀림없다.


반짝반짝 빛나는 우쿨렐레 연주자


“우리 아이들이요? 공부는 별로죠. 그래서 아이들이 교과를 공부할 때 의욕이 없어요. 한데 우쿨렐레 수업은 달라요. 의욕을 가지더라고요. 코드 잡는 것도 재밌어하고. 연주를 하면서 스스로 효능감을 느끼는 듯해요. 나도 이런 것 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아진 거죠.”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이명옥 선생은 아직도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에 선정된 게 믿어지지 않는다.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대부분이고 그 중 절반은 다문화 가정이라 학습, 생활, 언어 모든 면에서 뒤떨어지는, 그래서 학교에서 내쳐진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며 가장 절실했던 건 다양한 문화 경험이었다.



수업 시작 전 조율부터~


 

“학습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아직 어린데 아무도 돌보지 않고 PC만 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거든요. 그나마 여기에 있을 땐 그렇지 않으니까 집이나 PC방, 거리에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있으라고 독려하죠. 밥 챙겨주고 몇몇 기본 교육을 담당하면서 무기력하고 차단된 감정을 되살리기 위해 1인 1악기 다루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지난 해 오카리나를 통해 음악이 지닌 치유의 힘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악기로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곰곰 생각하다 떠오른 게 새날의 아이들 90%가 원하는 우쿨렐레였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악기 구입비용이 부담스러워서였다. 그때 기적처럼 아름다운재단의 <2013 아동청소년 특기적성활동 지원사업 신청안내>가 눈에 띄었다.


“두 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강사비 지원이 아쉬웠지만 상관없었죠. 오로지 우쿨렐레 구입비로 8개월 동안 250만 원을 지원 받는 거잖아요. 모두가 자기만의 악기로 원하는 노래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던지… 지금 현재 1차 지원금으로 장만한 15대의 우쿨렐레로 손이 작아서 안 되는 1~2학년을 제외한 22명이 신나게 배우고 있어요.” 


 

 지금은 수업중 :)


 

우리도 연주하나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바라보는 무시할 수 없는 편견과 싸우기 위해 새날이 선택한 방법은 아이들의 강점을 찾는 것이다.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꿈을 쥘 수 있도록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는 일이 새날의 궁극적인 목표다.


물론 악기를 배운다고 단박에 달라지는 건 없다. 처음엔 과연 학습이 되는 걸까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어느 샌가 먼저 묻는다. “우쿨렐레 선생님 언제 와요? 우리 이런 것도 연주하나요?” 누구한테도 손 내밀지 않던 아이들의 반응.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그것은 관계의 변화다. 세상 빛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작은 틈이다.


“지난 4월부터 1주일에 한 번씩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는데 재밌어요. 소리가 참 좋아요. 오카리나 배울 때도 그랬어요. 노래를 연주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합주요? 답답하고 짜증나서 힘든데 음… 혼자 할 때보다 더 좋은 소리가 나요, 신기하게도.”


우쿨렐레를 배우는 사이 5학년 솔이는 기회가 되면 피아노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고 6학년 정애는 ‘하울의 움직이는 섬’을 연주하는 목표를 가졌다. 그런가 하면 6학년 병진이는 가족에게 좋은 연주를 선물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꿈을 꾸는 아이들. 저마다의 꿈이 숙성될 즈음이면 아마도 합주가 완성될 테고, 17개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하는 하반기 문화제 발표회와 자양4동 경로문화센터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것이다.


“종종 새날에서 공부하던 아이가 대학생이 돼서 자원 활동가로, 후원자로 찾아오곤 해요.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사오거나 곧 입대한다고 인사하러 오기도 하고요. 그렇게 말썽 부리고 말 안 듣던 아이들이 이젠 제 삶을 사는구나, 지금 자라는 아이들도 이곳에서 덜 다치며 성장하겠지, 생각해요. ‘지금 여기’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건 그래서 소중하죠.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온 기부자 여러분에게 고마운 이유입니다.”


역할 모델 없는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어 주고, 모델링할 누군가를 연계해 주고,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다리를 놓아주는 일, 그것이 새날이 지금까지 해온 일이다. 지난 17년 동안 새날은 선순환하며 열리는 가능성을 경험했다. 그것으로 아이들은 다른 세상을 살고 더 나은 꿈을 꿀 것이다.


글 ㅣ 우승연




아름다운재단의 '아동청소년 특기적성활동 지원사업'은 2004년부터 9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함께 아동청소년 동아리 활동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의 경우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재능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자발성을 토대로 기획한 프로그램을 우선 지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 지원사업 '꿈꾸는 다음세대' 영역은 청소년이 더불어 사는 세대, 꿈꾸는 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 자아 존중감, 만남과 소통, 모험과 도전, 상상력 그리고 나눔을 키워드로 청소년과 세상를 이어 갑니다. 이 사업에 공감하시니요? 그렇다면 꿈꾸는 다음세대를 위한 '아동청소년 특기적성활동 지원사업'을 지원하는 '하라기금'과 함께해 주세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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