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네텃밭 2013결산]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다
일상다반사 2013. 11. 5. 10:31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다.
지난 여름을 푸르게 물들이던 분이네 텃밭에도 결실의 때가 왔다.
뭐 사실 열매는 여름 내 맺은 덕에 우리의 입이 즐거웠으나. 내 말은 진짜 결실. 즉, 종족 보존(?)을 위한 씨앗 수확의 때가 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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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분이네 텃밭에 구경거리 하나가 생겼다.
바로 오이 덩굴 사이에 살짝 숨어 있던 노각 하나가 탐스런 자태를 드러낸 것!
오이도 보호색을 쓰는가? 결론적으로는 “쓴다”.
오이 하나가 노각으로 곱게 늙기 까지는 보호색이 큰 작용을 했으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자료 사진 하나를 투척한다.
모종삽 자루와 똑 같은 색깔의 노각
가녀린 오이 덩굴 사이에 몸을 숨기기엔 꽤 큰 크기였으나, 텃밭에 놓여 있던 모종삽 자루와 똑 같은 색깔이라 우리 눈에 안 띠고 용케 숨어 있었던 노각! 지금 바로 따서 노각 무침을 해서 먹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이왕 이렇게(?) 된 것, 조금 더 두었다가 씨앗을 보존하자는 의견을 냈다(지주의 딸이라는 이유로 분이네 텃밭 자문위원을 맡고 있음). 간사님들 대부분 도시 출신이라 “여기서 씨가 나온다고?” 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네~ 맞습니다 고객님~. 오이 씨는 노각의 뱃속에서 나옵니다. 이제부터 확인 들어가실께요~”
그로부터 2주 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노각을 수확했다. 조금 더 성숙하도록 두고 싶었으나 연휴 동안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보호차원에서 ㅎㅎ 노각을 집에 데려와 본격적인 씨앗 채취(?) 작업에 들어갔다.
노각 씨앗 채취 작업 중
먼저 잘 익은 노각의 배를 가른다. 짜잔~ 노각의 하얀 속 안에는 올챙이알처럼 끈끈하고 투명한 알갱이가 가득 들었고 참외씨랑 비슷하게 생긴 오이씨가 중간 중간 섞여 있다. 우선 속을 박박 긁어내 씨앗을 골라낸다.
씨앗의 세계에도 허수가 있다. 속이 빈 씨앗들이 있다는 것. 콩심은데 콩 안나는 경우 농부들에게 찾아올 극심한 허탈감을 방지하기 위해 씨앗의 알이 차있는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바로 수중부양!
알이 찬 씨앗만을 골라내기 위한 비법 - 수중부양
씨앗을 물에 띄우면 속이 찬 것은 가라앉고, 쭉쩡이는 물에 뜬다. 가라앉는 녀석들만 골라내 햇볕에 바짝 말리면 생명력이 가득한 씨앗 준비 완료! “사과 속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 사과는 셀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요 녀석 하나에 얼마나 많은 오이들이 대기하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입안이 상큼해진다.
과연 노각에서 생산된 씨앗들이 오이로 잘 자랄 수 있을까? 예쁘게 익은 노각의 자태를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했더니 친구 하나가 청천벽력(?) 같은 댓글을….
댓글의 요는 “시중에 유통되는 과실/채소는 유전자 개량이 되어서 씨를 받아 심어도 나지 않는다”는 거다.
오우….마이….. 하지만 모든 과실/채소가 다 그러진 않을꺼다…. 라고 굳게 믿으며 잘 말린 씨앗을 얌전히 종이 봉투에 넣어놓았다.
분이네 텃밭은 오이 2세를 만나볼 수 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하지만 어쩌랴, 분이네 텃밭엔 비닐하우스가 없으니 내년 봄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오이 2세를 보게 되면 여러분들께도 그 소식을 전하리라...
PS 1.
씨앗을 발라낸 후 노각은 노각무침으로 변신했다. 아삭아삭하니 맛있다. 혼자만 먹어 좀 죄송.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둔 저녁, 이걸 누구에게 배분하겠나. 그냥 혼자 흡입하는 수 밖에.
비주얼은 비루하지만 나름 맛났던 노각무침
PS 2.
씨앗을 맺은 작물이 오이 외에 또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하얀 꽃이 예쁘게 피더니 몇 주 후 씨앗을 맺은 부추! 부추 씨앗도 내년을 위해 리저브~
부추는 작고 하얀 꽃이 핀다
생명력이 가득한 분이네 텃밭!
가회동 썬그리 배분팀│임주현 간사
배분하는 여자. 이웃의 작은 아픔에도 공감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장학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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