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번뇌


직장인에게 있어 아빠냐 엄마냐, 후라이드냐 양념이냐, 몰디브냐 하와이냐, 죽느냐 사느냐 만큼 고민되는 것은 매일의 점심메뉴다. 

메뉴선택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매일 밥은 먹어야 했기에 이 집, 저 집 들리며 점심을 먹다 보니 어느새 아름다운재단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서촌지역(경복궁과 인왕산 사이 지역을 지칭함)의 음식점은 대부분 다 가보게 된 것 같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맛집이라 부를만한 곳도 발견하였기에 이들 중 몇 곳을 차례로 소개해보려 한다. 

요즘 서촌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만큼 누군가의 메뉴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바람에서 글을 기획하게 되었는데, 나름대로 객관적인 관점을 지키고자 재단의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함께 검증하기로 의기투합하였다. 그 둘을 이제부터 '그 남자, 그 여자'로 지칭하기로 하자.


다음은 평가단에 대한 소개


그 남자(함영필)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서울, 강릉, 대전, 부산 등에서의 맛집 리스트를 보유 중인 데이트계의 맛 데이먼. 그러나 의외로 입맛이 고급스럽지 못하여 웬만한 것은 맛있게 먹는 편이며, 특별히 가성비를 중시한다. 


그 여자(고혜진)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싫어하는 음식도 없다. 과거, 맛집 찾기를 즐겼으나 눈에 번쩍할 만한 맛집은 기억나지 않는 이상한 미각의 소유자. 최근에는 맛있는 음식이란 건강한 음식이 아닐까 생각하는 중이다.


그 남자와 그 여자가 고민 끝에 방문하기로 결정한 곳은 자하문 터널 인근에 위치한 ‘중국’으로, 이름에서 느껴지듯 중국요리를 파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의 대표메뉴인 짬뽕밥과 깐풍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짬뽕밥 '짜장의 영원한 경쟁자'




그 남자


내가 중국이란 음식점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짬뽕밥 때문이다. 사실 최근 15년간 짬뽕밥을 먹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짬뽕 국물에는 면만 어울린다는 인식이 나에게는 강했다. 자취를 하기에 밖에서 먹는 음식은 항상 밥종류를 선호했었지만 '짬뽕은 면'이란 도식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중국’에 와서 짬뽕밥을 먹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일단 짬뽕 국물이 짜거나 지나치게 맵지 않은 적절한 상태를 유지해 밥과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다른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으면 홍합 때문에 해물이 푸짐해 보이지만 실제 양은 많지 않았던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곳은 처음부터 조개의 껍데기를 제거하였음에도 상당히 푸짐한 편이다. 조개종류도 다양하며 오징어는 넓게 썰어 씹는 맛을 더했다. 짬뽕밥은 여러번 방문한 지금도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그 여자


여자들은 짬뽕밥을 잘 먹지 않는다던데, (대학생 시절 짬뽕밥을 먹는 날 가르켜, 이런 여자는 처음 봤다고 했던 남자들이 생각난다.) 면보다는 밥이 좋은 관계로... 이곳 짬뽕국물은 순하다. 맵지도 짜지도 않다. 다양한 채소랑 약간의 조개랑. 밥이라 당면도 들어있고.... 아쉽게도 이름을 잘 모르겠는 재료들도 있다.  홍합. 양배추. 양파만 들어간 짬뽕과는 맛도 모양도 다르다.


강한 맛에 길들여진 나의 신랑님께서는 이곳 짬뽕을 먹고, 이렇게 말했었다. 싱겁다;; 하지만 담백함을 좋아하는 내 식성에는 잘 맞다.



깐풍기 '탕수육에 이은 영원한 2인자'



그 남자


내가 제일 처음 깐풍기를 접한 것은 중학교 급식이었는데, 솔직히 양념치킨하고 큰 차이를 못 느꼈다. 그 후로 접한 깐풍기들의 맛도 크게 다르지 않아 항상 탕수육만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중국’에 와서도 처음에는 탕수육을 먹었으나 다른 간사님의 추천으로 먹게된 깐풍기가 꽤 맛있는 것이 아닌가. 식감이 상당히 바삭하며, 향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닭강정인 인천 신포시장의 그것과 비슷하다. 매콤한 맛이 가미되어 많이 먹어도 질리지는 않지만, 단점은 많이 먹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20,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하면 양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 여자 


평소 깐풍기에 대한 생각. 순살양념치킨? 여기저기서 먹어봤지만 한결같이 닭튀김이군. 하는 느낌만 남았다. 그런데, 이곳은 익숙한 느낌이 아니다.  


튀김가루가 두껍고 다량의 소스가 묻힌 깐풍기가 싫었던 사람이라면 좋아할 법하다.


일단 식감이 좋다. 깨끗한 기름에 잘 튀겨야만 들리는 바삭바삭 소리. 그리고 매운 냄새가 난다. 단순히 냄새만. 난다. 매운맛이 맴돌지는 않았다. 저 조그만 고추를 뭐라고 지칭하는 것 같았는데... 무튼 고추랑 같이 튀겨져 느끼함이 덜하다. 



총평 '작지만 강한 맛집'


그 남자


난 이곳의 짬뽕밥이 좋다. 짬뽕 맛의 팔할을 차지하는 국물이 내 입맛에 상당히 잘 맞고 풍성한 내용물도 만족스럽다. 깐풍기도 맛으로 유명한 중국집 수준은 되는 것 같다. 다만 탕수육과 볶음밥은 크게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장소가 넓지 않고 의자가 작다는 불편한 점이 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항상 줄이 길어 11시 45분까지 가지 않으면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하며, 12시쯤 도착하면 15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팁 하나를 드리자면, 꼭 현금을 가져가야 한다! 현금을 내면 일인당 군만두 두개를 공짜로 주기 때문이다. 


그 여자


이곳은 밥이 빨리 떨어진다. 그래서 좀 늦게 가면 밥 주문을 받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일반 식사 메뉴는 양이 평균적이나, 요리의 경우 양이 많지 않아, 여자 2명이 와서 식사 하나와 깐풍기 하나 먹기에 좋다. 중식당에서 요리를 먹자면 늘 남기곤 했는데, 여긴 남길 정도의 양은 아니다. (탕수육도 마찬가지)


음식은 푸른 빛을 띈 얇은 자기그릇에 담겨 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깨지지 않는 코* 그릇 분위기라 해야 하나 )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고 했던가. 플라스틱 그릇에 아무렇게나 담아주지 않아 좋다.


다만, 음식을 천천히 여유 있게 즐기고 싶을 때는 삼가야 한다. 규모가 작아 테이블도. 의자도 작다. 체격이 있는 분이라면 비좁게 느껴질 것. 점심시간에는 늘 손님이 가득이라, 옆자리 뒷자리 손님의 기운을 물씬 느낄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이런 환경이기에, 누가 빨리먹으라고 한적은 없지만.... 편안하게 오래 앉아 식사하기에는 곤란함이 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늘 있다는 점.  






※ 이 글은 아름다운재단의 공식 입장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그 남자 그 여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입맛에 근거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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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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