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도 어김없이,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휴식] 부문에 총 14팀이 선정되어 계획한 대로 혹은 좌충우돌하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쉼의 기회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그녀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맹지희 님은 사회단체 활동을 하면서 많지 않은 월급과 바쁜 단체 일정 때문에 여행을 자주 갈 수는 없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홀로 유럽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단체 내에서의 역할,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혼자 걸어보는 세상, 오롯이 나에게로!
 

작년에 처음 알게 된 아름다운재단의 활동가 재충전 프로젝트. 작년에는 조금 늦게 알아 올해 신청을 목표로 기다리고 있었고, 신청!! 놀랍게도 선정이 되었다! 시간은 휴가를 모으고, 돈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해결되었으니, 나는 충분한 준비와 체력만 준비하면 되는 것! 그리고 결국 올해 11월, 아시아권 밖으로 처음 나가본 이번 여행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최대 비행거리가 4시간 30분 정도였었는데, 이번에는 10시간. 비행기 타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나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10시간은 좀 피곤하다. 중간에 자주자주 다리도 풀어주고, 몸도 풀어주며 10시간을 날아 날아 드디어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그냥 이름이 예뻐서였다! 도시 이름이 프라하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또한 이번 여행의 큰 목적은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도 굉장히 오래된 영화였다. 하지만 녹색의 들판(?)을 뛰어다니며 도레미송을 부르는 마리아와 일곱 아이들의 모습은 생생히 남아있다. 그 곳에 가보고 싶었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또 하나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스카이다이빙! 이동시간과 이것저것 더하면 하루 종일 걸린다는 스카이다이빙. 예약했다가 기상 상태에 따라 취소되는 것은 다반사고, 안전교육까지 모두 다 받고 나서도 정작 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말 다행히도, 도착한 다음날 오전에 바로 예약이 잡혔고, 신청한 사람은 5명. 대기시간도 거의 없었다. 날씨도 매우 좋고, 정말 마치 스카이다이빙을 위해 존재하는 날 같았다. 하늘에서 맨몸으로 떨어지는 그 기분이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프라하가 정말 기억에 남는 것 중 큰 것이 바로 이 스카이다이빙이다. 나중에 또 프라하를 가야지. 그리고 또 뛰어내려야지~

 


체코의 작지만 예쁜 도시 '체스키크롬로프'로 이동했다. 트렁크 끌고 다니기 정말 힘들다는 유럽의 돌길, 체스키크롬로프에서 절감. 하지만 도시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큰 무리는 없었다. 보통은 잠깐 들러 서너시간 보고 나가는 곳이라지만, 나는 머무는 여행을 좋아하므로 여기에서도 1박을 잡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가보니, 광장에서 음악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체스키크롬로프 시민들과 어울려 들썩들썩~! 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는지, 자도 자도 아침이 오지 않아 하루를 매우 일찍 시작했다. 체스키크롬로프 성에 올라가서 바라본 이 작은 도시. 예쁘고, 예뻐서 사랑하게 되는 도시이다. 짤쯔부르크로 출발하기로 한 시간은 오후 3시. 점심을 먹고 산책을 즐기며, 오전에 올라가보았던 체스키크롬로프 성을 바라보았다. 널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제 여행 3일째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는 시간을 잡을 수만 있다면...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셔틀버스로 짤쯔부르크로 이동했다. 반도국가, 태어나면서부터 분단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에 살아온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딱히 여권 검사도 없이 국경을 넘어다니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오스트리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음악은 정말 큰 부분이다. 모짜르트 박물관엘 가서, 비록 내부 사진은 못찍었지만, 마지막 방에서 사진도 찍고. 내 여행의 목적 중 하나인 사운드오브뮤직. 곳곳에 보인다. 곧바로 들른 모짜르트 하우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짤쯔부르크의 여행을 시작하는 장소 중에 하나라는 모짜르트 하우스. 이곳에서 모짜르트가 태어나고, 뛰어다니고 놀고 피아노를 치고. 그런 상상을 하니 왠지 두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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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쯔부르크를 떠나 부다페스트로~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이것저것 알아보니 버스가 훨씬 저렴하고, 시간 차이도 별로 없길래 대부분 버스로 다녔다. 하지만 짤쯔부르크에서 부다페스트까지는 너무 멀어서 편하게 기차를 타고 가기로. 처음 가보는 지역에, 낯선 언어에, 예약한 기차나 버스를 못타면 어쩌나, 예약한 숙소를 못 찾아가면 어쩌나 그런 맘이 있었다. 가보고 싶은 관광지(?)들이야, 찾아다니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편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도시간 이동은 문제가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단 한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


6시간을 달려 도착한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는 다분히 급하게 끼워넣은 도시 중 하나다. 생각지 못했다가 급하게 생각나서 끼워넣은 느낌? 그런데 맨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은 도시' 등등의 이야기만 들려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내렸다. 호텔까지 30분 정도 걸어갔는데,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다. 클래식 음악의 제목으로 가장 처음 알았던 도나우강이 잔잔히 흐르고, 하늘은 파랗고, 부다페스트는 예뻤다. 아... 난 여기가 지상낙원이라고 생각한다. 종교는 없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역시 죽어서 어딘가를 가야한다면 천국이 낫겠지~'라고 생각했다. 딱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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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로 넘어왔다. 4시만 조금 넘어도 캄캄한 유럽. 카를 광장에선 사람들이 북적북적이다.


걷다보니 어딘지도 모를 어느 건물 앞에 섰다. 100년 정도 된 건물은 쳐주지도 않고, 멋진 장식에 높고 화려한 건물들도 전 도시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그러하므로 별로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막 들어간다. '응? 어디지?' 하고 살펴보았더니, 비엔나 로얄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다. 평소 초대받지 않은 자리 잘 못 가고, 낯선 공간엔 방해할까봐 들어가는 거 싫어하고 그러는 편인데... 겁도 없다. 쫓겨나면 쫓겨나는 거지 하며 막 들어간다.


여기서도 표 살 수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살 수 있단다. 바로 표를 샀다. 클래식 공연은 항상 큰 공연장에서 옷을 딱 갖춰입고 딱딱한 그런 이미지만 있다. 근데 여긴, 뭐랄까, 크기는 큰데 작은 느낌? 그만큼 따뜻한 느낌? 무대와의 거리도 멀지 않고, 프로그램 구성도 아주 재미나다. 따로 지휘자는 없고, 서서 바이올린 연주하는 아저씨가 대장 겸 지휘자 겸 메인바이올리니스트인 것 같고, 오페라 공연과 발레 공연도 함께 한다. 공연하면서 퍼포먼스도 진행하고, 관객의 호응도 아주 능숙하게 이끌어낸다. 말 그대로 관객과 함께 만드는 공연, 그런 느낌이다.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무작정 들어간 곳에서 만나게 된, 최고의 공연이었다.

 

비엔나에서의 둘째날은 여행 시작 열흘 쯤 되는 때였다. 최대한 즐기는 여행, 머무는 여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처음 나와 보는 유럽인지라 왠지 아까운 느낌에 그런 건지, 바쁘진 않아도 여유롭지도 않았던 것 같다. 마음의 여유? 그런 게 없었던... 어쨌든 몸이 피곤한 건 아닌데 마음이 피곤했었던 것 같다. 몇군데 박물관을 돌고, 거리를 거닐며 정말 멍때리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오다가 마지막 계단을 헛디뎌서... 몸이 피곤하다거나 다리가 아파서라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정말 멍때리고 걷다가, 마음이 피곤해서 그랬던 것 같다. 넘어지는 그 짧은 순간에 그 생각이 들었다. '아... 여행 슬럼프구나... 하아...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쉬어야겠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프라하.
이틀밖에 안 자고, 그나마도 스카이다이빙 하느라 제대로 보지도 즐기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익숙한 지명이 나오고, 한번 지나가면서 보았던 건물들 보인다고 마치 집에 온듯한 느낌! 본격적으로 프라하를 활보하고 다녔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기는 저녁 비행기.
시티투어 버스를 타보고 싶었는데 한번도 타보지 않아서 이거라도 타기로 결심. 물론 타고싶던 'Hop on Hop Off' 같은 버스는 아니었지만, 두 시간동안 프라하를 돌며 가이드까지. '아 이젠 정말 안녕이구나... 프라하 안녕... 정말 간다... 안녕....'


이렇게 나는 천계에서 현세로 내려왔다. 지옥일까 걱정했는데, 생각만큼 지옥은 아닌 것 같다. 다시 천계로의 여행이 기다리고 있기에.

 

글/ 사진 : 맹지희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광주전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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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사업국 배분팀박정옥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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