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변시 이야기] 성 인지 교육을 위한 보드게임 프로젝트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2014년을 가득 채운 변화의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그 결과들을 공유합니다. 미미하지만 꾸준히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나갈 작은 움직임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사)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프로젝트 B 지원사업으로 보드게임을 활용한 성인지 교육 키트, 메뉴얼 제작 및 워크숍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단순한 성지식이나 행동규범을 알려주는 성교육, 성폭력 예방교육을 넘어 성을 개인의 삶과 정체  성, 사회적 인식,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통합적으로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양한 집단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 점검, 활용에 대한 교/강사 워크숍 등도 진행했고요. 현재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문의하고 있어 앞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성 인지 교육을 위한 보드게임 프로젝트 - We Can Change를 소개합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는 2014년 한 해 동안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의 지원을 받아 ‘성 인지 교육용 보드게임 키트와 교육 매뉴얼’을 제작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성지식이나 행동규범을 알려주는 성교육, 성폭력 예방교육을 넘어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상황을 게임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보드게임을 활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성폭력’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되고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학교와 직장, 단체, 여러 조직에서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이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대규모의 인원이 모여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책임과 행동규범, 단순한 성지식을 교육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는데요. 이렇게 성적 지식과 개인의 책임을 중점에 둔 성교육, 성폭력 예방교육은 한계점이 있습니다. 성의 문제를 자신의 삶이나 관계의 문제로 연결해 생각하지 못하고 규범적으로만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성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나 사회의 편견을 성찰하기보다는 성을 단지 ‘알아두어야 할 상식’ 내지는 ‘해서는 안 될 일’과 ‘해야 할 일’로만 습득하게 합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을 개인의 삶과 정체성, 사회적 인식,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통합적으로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성 인지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성 인지 교육을 위한 보드게임 '위캔체인지(We Can Change)' 와 교육 매뉴얼이 제작되었답니다! 

위캔체인지는 보드게임을 활용하여 참여자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과 인식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과 성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성인지 교육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재밌고도 험난했던 보드게임 제작과정

하지만 역시! 보드게임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사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의 기획팀 활동가들은 부루마블이나 카탄 같은 몇 개의 보드게임들을 해 보았고, 몇 년 전에 ‘페미니즘 보드게임’이라는 간단한 형태의 보드게임을 직접 만들고 활용해 본 경험을 믿고 자신감이 있었는데요. 두둥! 성 인지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짚기 위한 다섯 차례의 워크숍 이후 실제 그 내용을 게임에 반영해 구현하려니 초반부터 강력한 벽에 부딪히고 말았답니다. 

게다가 단순히 참가자들에게 아이템이 주어지는 룰이 아니라 교육 내용에 맞게 사례를 고민하고 직접 해결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일단, 우리가 경험해 본 보드게임 외에 어떤 게임들이 있으며 실제 게임을 제작하고 기획할 때 다른 게임들의 어떤 요소들을 참고하면 좋을지부터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게임 구상에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던 ‘아그리콜라’

 

 

이런 저런 게임들을 계속 참고하고, 성 인지 교육의 내용으로 보드게임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을 실제 사례들로 만들어 보며, 드디어 6월 1차 샘플이 완성되었습니다.

 

 

생생한 의견들이 오갔던 샘플 평가 워크숍

처음으로 완성된 1차 샘플 키트를 활용하여 6월과 7월 세 번의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게임 구성품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인쇄하고, 오리고, 붙여서 만들었어요. 세 차례의 샘플 평가 워크숍은 성 인지 교육용 보드게임을 다양한 집단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10대, 20~30대, 40~50대를 대상으로 구분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직접 현실에서 경험할 법한,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의 사례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이 고민들을 직접 해결해보는 것이 1차 샘플의 컨셉이었어요. 보드판에는 총 12개월을 의미하는 칸이 있고, 매달 참가자들이 고민을 읽고 해결에 필요한 아이템을 모아 고민을 해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카드들을 뒤집어보거나 퀴즈를 풀면서 성 인지 교육의 내용에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샘플 평가 워크숍 참가자들 모두 적극적으로 게임을 즐겨주셨고, 게임 후  보드게임을 하면서 느낀 평가 의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느꼈던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편견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답니다.

 

 

 

 

 

11월의 시범 워크숍을 거쳐 드디어 키트와 교육 매뉴얼 완성

샘플 평가 워크숍에서는 참가자들이 굉장히 구체적으로 평가 의견을 제시해 주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평가는 참가자들이 제시된 아이템에 따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결 방법을 구성하며 토론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샘플 워크숍 이후 대대적으로 게임 기획을 수정하는 과정이 다시 진행되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사례 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여섯 개의 고민을 참가자들이 직접 토론하며 해결해 보는 방식의 보드게임이 완성되었습니다. 게임의 기본 설정은 다양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오가는 어느 마을의 광장에서 여섯 개의 고민 제보가 이어지는데요. 참가자들은 각각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 칩을 모으고 고민 해결에 필요한 아이템과 지지자들을 모아 함께 고민을 해결하고 마을의 행복지수를 높여나가야 합니다. 마음 칩을 모으는 과정에서 카드에 있는 내용을 보고 새로운 상황들을 접할 수 있고, 지지자를 얻기 위해서는 퀴즈도 풀어야 해요. 또 게임을 하다 보면 하나의 고민을 해결할 때마다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적절한 때에 휴가를 가서 스트레스도 관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보드게임을 가지고 11월 말에는 다시 세 차례의 시범 워크숍을 진행했구요, 노동조합 활동가, 대학생, 청소년, 대안학교 교사, 직장인, 청소년 성문화센터와 상담기관 활동가, 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분들이 오셔서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안된 수정사항들을 반영해 드디어 보드게임 키트와 교육 매뉴얼이 완성되었지요. 짜잔!

 

 

 

 

이제 이 보드게임 키트와 교육 매뉴얼은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교육용으로 활용하실 수 있도록 판매나 대여를 하기도 하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직접 키트와 교육 매뉴얼을 가지고 방문해 교육이나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할 예정입니다. 시간 되실 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실에 놀러오셔서 직접 해보실 수도 있어요!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재미나고 유익하게 활용하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글 / 사진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지구화시대라 일컫는 현재, 성/인종/민족/세대/계급/종에 대한 차별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며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NGA(Network for Glocal Activism)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의 관점, 혹은 정부나 특정 운동 중심의 시각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페미니즘에 기반한 지구-지역적 차원의 운동을 전개하려는 목적에서 설립되었습니다. [홈페이지 둘러보기 : http://glocalactivis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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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사업국 배분팀│박정옥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