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가득 채운 변화의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사업] 그 결과들을 공유합니다. 미미하지만 꾸준히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나갈 작은 움직임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프로젝트 B 지원사업으로 '마을 속 당당 20'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20살 청년들의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사업이었는데요, 당당 20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경험하고 지역단체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10대 청소년, 20대 청년들이 마을에서 삶의 가치와 길을 모색하고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마을학교>로서의 추진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답니다.

 

 



비진학 20살 청춘을 위한 ‘마을 속 당당20’ 프로젝트



품은 이십 사년이라는 시간동안 십대들의 교육과 문화적 활동을 만들어 오고 있는 곳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일방적인 자원으로 떠밀리듯 공부하고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십대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져만 간다. 그러는 사이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물을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만다. 품은 십대들이 스스로 삶을 만들어 선택하고, 자신이 사회적 존재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청소년 축제, 대안교육 '무늬만학교' 등의 활동으로 내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간 품에는 이렇게 성장한 십대들이 적지 않았다. 대학을 거부한 청년, 당당히 다른 삶을 선택한 청년... 하지만 여전히 품에서 활동한 십대가 청년으로 자라도 사회가 만들어 낸 속도와 불안감과 마주하며 끝날 것 같지 않는 전쟁같은 시간들을 보내는 '무중력' 청년들이 많다. 이러한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목격했던 품에게 <마을 속 당당20 프로젝트>는 또 다른 실험이자, 청년들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도전이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를 통해 품의 실험은 현실이 되었고, 지역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을 찾았다. 그 과정은 스스로의 불안감을 넘지 못하는 청년들을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렇게 6명의 청년들이 모였다. 큰 호수에 파장도 못 만들 돌맹이 같은 작은 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이 마을에서 삶을 모색하고, 이 청년을 지역의 여러 스승들이 지원한다면 작은 파장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6명의 청년들과 의기투합하며 2014년 4월에 힘차게 문을 열었다. 우리의 약속은 ‘글쓰기’였고 다짐한 태도는 ‘1년간 당당20프로젝트를 중심에 놓기’였다. 무엇을 위해서? '나의 정신적 자립'을 위해서라고 우리는 며칠에 걸쳐 부끄럽지만 자신을 드러낸 결과로 얻은 포부였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B 지원사업 - 품

 

 


먼저 청년들과 시작한 것은 ‘학습’이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역사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직면하고 사는 존재인지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했다. 청년들과 학습하고 싶은 사회적 이슈, 사건, 인물을 찾아오라는 첫 번째 미션이 주어졌다. 난지도 쓰레기장, 송파구 세모녀 사건 등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했다. 토론은 이어지고 이어져 지금의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선 <박정희 시대>를 바라보기로 결정했다. 도서관을 가보고, 많은 기사들과 자료들을 뒤져가기 시작했고 청년들 스스로 어떤 과정으로 학습할지 계획을 세웠다. 방대한 자료와 시간, 일들로 청년들은 헤매기도 했지만, 결국 2달여에 걸친 시간 동안 나름대로 그 시대를 해석할 수 있는 눈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현재 각자가 어떤 질문과 태도로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청년들은 학습의 과정을 통해 결론과 정의가 아닌 다음 질문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고, 그 질문은 다음 배움으로 이어져 나갔다. 용산 참사, 의료민영화, 밀양송전탑, 지속가능한 삶과 에너지, 세월호 사건 등 학습의 주제도 다양해져 갔고 타인과 다르게 사는 삶에 스스로 당당함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독재를 옹호한 경제성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비웃었다. 필요한 성장이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 목적을 잃은 성장이었다. 국민의 행복이 최우선이어야 하는 국가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지나친 성장과 개발만 이루었지 분배의 문제 앞에서는 시치미를 땠다. 그리고 그 모든 현상과 문제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며 여전히 살아있다. 박정희는 우리 사회의 얼굴로 여전히 남아있었다. 나의 박정희 공부는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덕분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을 조금은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그런지 씁쓸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권리들이 당연하지 못한 세상에서 나는 살아왔고 살고 있다. 국가란 무엇이고, 시민이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존재여야 할까”

 

- 참여자 김00의 수업일기 中

 

 

학습은 실천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럼, 나는 어떻게, 무엇을 해보고 싶지?’ 청년들은 자기 실천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모두가 달랐고, 모두의 눈빛이 달라졌다. 농사꾼, 글쟁이, 다른 방식의 초등 선생님, 십대들의 선생님, 여행 등... 하나같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질문한 끝에 나온 실험 프로젝트였다. 청년들은 흩어졌고, 모임은 한 달에 2번으로 정해졌다. 청년들이 관심있는 분야별로 품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스승과 청년들을 이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개월 프로젝트는 진행되었다.

 

 

“세 달 동안 나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10월부터 12월까지 유알아트에서 활동을 했다.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적정기술을 가르치고 함께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에 함께했다. 그래서 약 한달 반 동안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백하자면 당당 모임 때에도 잘 집중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당당 과정이었으니 충실했던 걸로~ 그 시간들의 기록은 차차 해 나가려고 한다. 활동 기록의 목차를 만들기도 하고 올해를 하나씩 정리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약간 멍한 상태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말이다. 막상 딱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오니 편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것도 당연. 이제는 이 감정들과 고민들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지가 관건인 것 같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은 없다.”


- 참여자 김나현의 글 中

 

청년들은 이제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2014년의 치열했던 시간과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디딜 발걸음을 정하고 있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을 줄 아는 단단한 청년이 되었다. 누구는 프로젝트의 인연으로 지역 대안초등학교의 도서관 사서로 취직이 되었고, 누구는 다시 농사를 하러 간다. 그리고 누구는... 군대를 간다.

 

 

2014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B 지원사업 - 품

 

 

<마을 속 당당 20 프로젝트>가 만들어 낸 파장은 그리 작지 않다.

지난 과정에서 6명의 청년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스승들이 모였다. 지금까지 청년을 ‘일꾼’으로만 보아왔음을 고백하며 시민사회를 위해, 마을에서 삶을 고민하는 스승들이 ‘마을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작당모의가 시작되었다. 마을 안에서 청년들이 삶의 길을 모색하며 사람 냄새나는 마을 살이를 만들어 보자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순환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십대들은 청년으로, 청년은 십대들의 선배로, 마을의 어른들은 삶의 스승으로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청년들의 성장은 이렇게 마을로 옮겨가고 있다.
마을에도 아이들에게도 2015년은 다른 시작이 되고 있다. 

 

글 / 사진 :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품 청소년문화공동체]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문제중심적이고 보호중심적인 시각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92년 설립 이래 청소년 및 청년들의 문화적 성장과 주체 적 활동을 지원하고, 현장의 다양성과 변화가능성을 전이하기 위한 실천적 활동을 통해 공공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한다. [홈페이지 둘러보기 : http://www.pumdong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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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사업국 배분팀박정옥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눔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우리 사회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창과 실천할 수 있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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